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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기억’을 마주하는 호흡 | ARTLECTURE

입체적인 ‘기억’을 마주하는 호흡


/Artist's Studio/
by 김미교
입체적인 ‘기억’을 마주하는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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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신민준 작가의 영상작품을 비롯한 여러 신작을 공개하는 《너를 만나러 가는 지구곶》이 2024년 10월 5일부터 3일간의 짧은 기간에 쓰시마 뮤지엄의 1층 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죽은 동생의 지난 삶에서 자신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일본에서의 일상을 추모하고, 추적한다. 동생에 대해 회고하는 한국과 일본 친구들의 인터뷰, 그리고 작가 본인의 동생에 대한 기억들은 ‘그’를 추억하는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국가, 지역 시간대의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영상들을 아우르는 작가의 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내레이션과 인터뷰 등에서 아주 개인적이지만 듣다보면 이입하게 만들며, 개인의 서사 이상의 관객들에게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너를 만나러 가는 지구곶》 (2024) 전시 홍보 이미지



일본은 이번 영상작품에서도 주요한 배경이 되는데, 전시 제목에도 언급되는 지구곶(지큐미사키, 地球岬)은 동생이 일하던 노보리베츠 인근의 해돋이 명소로 동생의 흔적을 찾아온 민준을 동생의 친구가 데려간 곳이다. 그는 지구곶을 비롯해 동생이 머물던 도시들과 그 주변, 함께 여행가보고자 했던 곳들을 직접 방문하며 조금은 긴 호흡으로 동생을 기억해본다

 

기억문화반기억의 방식들을 뒤섞어보기

기억은 오로지 무엇이 살아있는 인간들을 결속시키는가'에 때라 결정된다. 다시 말하면 집단을 결속시킬 수 없거나 파편적인 기억은 존재할 수 없다. 얀 아스만(독일, Jan Assmann, 1938- )과 알라이다 아스만(독일, Aleida Assmann, 1947- )이 정리한 기억문화는 두 가지 요소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첫번째는 활자나 영상과 같은 기록매체, 혹은 물질적인 기념비나 추모 장소를 통해 그 영속성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정기적인 기념 시기를 두어 반복하여 특정한 사건을 집단이 다같이 문화로써 전유(專有, appropriation)하게 하여 공동의 기억으로 자리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통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를 바탕으로 한 기억의 방식으로, 미리 합의된 기억의 내용을 되도록 그대로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들은 역사의 연속성(시간성)을 강조하고, 인간의 삶을 단편적이고 단일화된 산물로 제시하며, 개인의 관점과 기억이 가진 가치와 의미를 과소평가하게 한다현대에는 역사가 정리한 기억의 반대 영역에서 개인의 기억이 역사를 보완하며 오히려 한 사회 안에서 기억이 가지는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 특정 사건에 대한 반기억(counter-memory)’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신민준 작가는 동생에 대한 기억과 추모 그리고 추억을 기억문화카운트 메모리의 형식들을 뒤섞어 입체적으로 동생의 기억을 전시장을 방문한 제3의 인물들-관객들에게 소환한다. <미륵과 지장을 위한 재단> 설치에서 볼 수 있듯, 죽은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본의 미륵과 한국의 지장보살 석상과 동생의 유품 같은 기억문화의 형식과 주요 영상 작품에서 자신의 기억 속 동생과의 에피소드가 담긴 내레이션, 동생의 친구 혹은 일본 워킹홀리데이에서 만난 동료들의 회상을 인터뷰한 주요 영상작품에서 발견되는 카운트 메모리의 형식이 대표적이다.  


<너에게로 가는 지구곶> (2024) 스틸이미지 ©신민준 작가


 

과거를 현재와 미래로 연결하는 기억하기

신뢰성의 문제로 기억문화에 편입되지 못한 생존자 개인들의 왜곡된 기억과 일치하지 않는 진술, 생존자의 기억이 전승된 혈연관계 혹은 작품의 주관성, 혹은 사료적 역사와 다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흔적과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될 조각들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수정되거나 삭제될 수 없는 진실을 보유하고 현재와의 관계 속에서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재은이의 노래> (2024) ©신민준 작가

 


예컨대 이번에 전시된 <2020~>에서 들을 수 있는 신민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동생에 대한 기억이 담긴 편지들, 그리고 동생의 친구들이 기록한 어린 시절 동생의 모습이 담긴 <재은이의 노래>, <너를 만나러 가는 지구곶>에서 동생이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서 머물머 만나던 사람들이 그를 회상하고 서술하는 장면들은 여권이나 출생, 사망 신고 등의 행정적 기록으로 남아있는 동생의 기록 이상으로 입체적인 인물을 일부를 드러낸다.  



<2020~> (2024) 스틸이미지 ©신민준 작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영원하고 고정불변할 것 같은 한 인물의 모습과 기억은 지금도 시공간을 넘어 요동친다. 신민준 작가가 인터뷰하거나 수집한 동생에 대한 왜곡된 혹은 정확하게 재생된 것이 아닌 기억은 오히려 그 인물에 대한 진실성에 가까울 수 있다. , ‘왜곡된 기억의 진실성은 제도적이고 전통적인 기억의 요소에서 벗어난 일종의 반기억으로서, 집단의 기억과 제도적 기억에 대항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작가는 동생의 죽음에서 조금 더 나아가보고자 시도한다. 그는 죽음기억에 주목하며, 우리 주변을 너머 우리 사회 속에 죽음들이 단편적인 수단으로 소모되고 있지 않은가 질문한다.



<코리안디너파티> (2024) ©신민준 작가

 


병풍의 형태를 취한 <코리안 디너 파티>는 역사로 기록에 남지 않을 이름들과 그들을 기억하는 개인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아직은 초기 실험적 성향이 도드라지는 이 작품은 신민준 작가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작업과 별개로 물성을 가진 작품 계통으로써 발전가능성을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김혜진21세기 혐오사회와 기억문화 위기 및 전환 프로젝트 분석」『브레히트와 현대연극』한국브레히트학회,  2023, Vol.49, pp. 163-180

문영희「새라 쏜힐 – 케이트 그렌빌의 사죄를 위한 반기억 서사」『영어영문학연구』한국중앙영어영문학회, 2021, Vol.63 no.53, pp. 85-107.

Asmann, Aleida, Das neue Unbehagen an der Erinnerung. (Eine Intervension. München: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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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미교(독립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