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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교류의 플랫폼으로서의 뮤지엄, <사투리는 못 참지!> | ARTLECTURE

통합과 교류의 플랫폼으로서의 뮤지엄, <사투리는 못 참지!>


/Site-specific / Art-Space/
by 유빈
통합과 교류의 플랫폼으로서의 뮤지엄, <사투리는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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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흔히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은 ‘화합’과 ‘소통’으로 설명된다. 그렇다면 예술이라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인 뮤지엄에서는 어떻게 이 기능을 확장하고 퍼트리고 있을까? 국립한글박물관의 <사투리는 못 참지!>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흔히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화합’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되곤 한다. 예술이 지닌 창작성과 그 고유의 가치를 나눔으로써 향유자와 또 다른 세계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이러한 기능이 창발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술 콘텐츠를 담아내는 뮤지엄 역시 이와 같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며 동시에 예술에 내포된 울림을 증폭시키는 일종의 확성기로써 작동하고 있다. 


덴마크 국립박물관 ⓒRichard Mortel



북유럽권에서 지향하고 있는 커뮤니티 뮤지엄의 형태가 이러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화합과 소통의 기능은 단순히 시혜적인 태도로 개인, 집단, 사회에게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차원만으로는 결코 형성될 수 없다. 북유럽권 뮤지엄에서는 화합과 소통이라는 역할을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그 의미를 확장하여 향유 집단 내에서 자생적으로 내재화될 수 있게 하였다. 즉, 소외되는 사람, 생각, 감정 없이 서로가 함께 교류하고 통합하여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어야 진정한 화합과 소통의 역할이 완수되었다고 본 것이다.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포스터 ⓒ국립한글박물관



기관 자체의 콘셉트가 커뮤니티형 뮤지엄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생활사적인 측면에서 관람객 사이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고 성공적 연결고리를 형성한 전시가 있다. 바로 지난 4월 19일부터 개최된 국립한글박물관의 <사투리는 못 참지!>로, 어떻게 한글을 주제로 한 전문박물관에서 ‘사투리’를 소재로 모두가 소통하고 화합하게 하였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다양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소개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의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소개 페이지는 여느 타 기관의 소개 글과 사뭇 다르다. 기본적인 전시 개요와 구성 등의 내용은 너무나도 친숙한 포맷이지만, 여기서 조금만 스크롤을 내리면 <사투리는 못 참지!> 만의 특징이 바로 두드러진다. ‘전시 준비 영상’으로 구분된 해당 섹션은 기획 전시 준비를 위해 참여한 기관 관계자, 사투리 제공자, 전시 시공자 등 하나의 전시를 위해 투입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조명하고 있다.


대개 전시를 볼 때 관람객은 전시장 내에 조성된 작품과 유물만을 보고, 혹은 캡션의 설명문을 보고 전시의 주제에 다가간다. 하지만 이러한 관람법은 그 전시를 만들기까지, 그 작품을 연구하기까지 관여된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이면으로 감춰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사투리는 못 참지!>는 전시를 만든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전시 소개에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작품 뒤에 숨겨진 사람을 만나게 하고, 전시품을 매개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끔 유도하였다. 그래서 <사투리는 못 참지!>의 전시를 보면 단순히 사투리를 글자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이 말을 내뱉은 사람의 얼굴, 그 사투리를 처음 듣는 사람의 얼굴 등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자연스레 이미지로 떠오른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사투리는 못 참지!>의 궁극적인 주제인 ‘다양성과 가치’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았다. 각기 다른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어 그 모습과 의미가 가지각색인 전국의 사투리처럼, 전시라는 콘텐츠에 속한 이해관계자와 향유자 역시 다종다양하지만 ‘전시’를 매개로 삼아 저마다의 의미를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추가로 이렇게 전시의 과정을 과감히 드러내 관람객에게 알리는 행위가 굉장히 선구적인 소통법이라고 느껴졌는데, 결과물로서의 전시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라고도 이를 해석할 수 있겠다.


다양한 공감으로 함께하는,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 전경 ⓒ연합뉴스



<사투리는 못 참지!>의 전시 구성은 ‘이 땅의 말’, ‘풍경을 담은 말’, ‘캐어 모으는 말’의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간략하게 부연하자면 사투리와 방언의 본질에 대해, 방언과 우리 삶에 대해, 앞으로의 방언에 대해 기획된 3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사투리는 못 참지!>는 ‘살아 움직이는 말’을 살아 움직이는 우리가 짧게나마 체화해 보게끔 유도한 동적인 전시였다. 평소에 잘 모르던 방언이더라도, 어떻게 말하는지 유추할 수 없는 억양이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따라서 말해보고 싶게 하는 콘텐츠들로 전시장은 밀도 높게 채워졌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형태와 모습이 다양한 저마다의 공감이 생겼다고 보았다. 누구는 전라도 방언을 보고 어떤 드라마를 떠올리거나, 아니면 자신의 부모님을 상상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충청도 방언에 직장 상사가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전시장 내에서 가장 많이 들렸던 말은 각자 전시되고 있는 사투리를 따라 하는 소리였는데, 신기하게도 누군가가 방언을 말하면 일행 중 한 명은 반드시 그 틀린 방언을 교정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방언 교정은 자연스레 관련 이야기(썰) 풀기로 넘어갔는데, 이런 순간이 바로 소통이라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뮤지엄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느낌을 받았다.



'전시 전경 ⓒ헤이팝'



그리고 그런 교정과 ‘썰풀기’의 과정이 본인이 속한 지역 방언을 발견할 때마다 서로 전복되는 순간을 목격하며, 뮤지엄 내 소통과 화합의 기반에는 남이 아는 것과 내가 아는 것이 서로 다르지만 같음을 인지하는 ‘공감’이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문화예술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기록하는 도구이자, 저마다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게끔 하는 수단이다. 다르지만 똑같은 너와 나를 바라보게 하는 또 다른 렌즈에는 어떤 색깔이 물들 수 있을지 지켜보자.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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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유빈_뮤지엄텔러, 박물관과 미술관의 '매개'를 주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