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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사진들_빛과 그림자 | ARTLECTURE

화가의 사진들_빛과 그림자

/Artist's Studio/
by 켈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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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사진들_켈리장

빛과 그림자


Any death . 2018 Kelly Jang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 서로완벽하게 반대의 지점에 있으면서도 서로가 없이는 설명될 수 없는 것.

그래서 내게는 하나의 의미로 다가오는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랜 시간 작업을 해왔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갑작스러운 그러나 영원한 부재. 늘내 옆에 있어줄 것 같던 사람이 한순간 사라지는 경험을 하면서 이 주제에 집착했다. 내가 공부했던 동양 철학의관점에서 삶이 끝나면 본래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도교의 영향 아래 그려진 도원도(동양의 낙원 그림)를 연구했고, 나와 나의사람들은 좋은 곳으로 떠날 것이며 떠난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동양의 낙원 그림의 시초가 된 소설이 있다. 그글을 쓴 중국의 철학자이자 작가는 정치계에 있었던 인물이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세상이 엉망으로 돌아가고권력다툼에 싫증을 느낀 그가 정계를 떠나 은거하면서 쓴 작품이 도화원기 (복숭아꽃이 피는 마을(낙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글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작가는 표면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이상적인곳을 그리고 있지만 그런 세상은 죽은 후에나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시니컬하게)말하고 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창조하게끔 했던 그 유명한 낙원의 스토리는 그가 보고 있는 끔찍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먼 곳에의응시-우리는 모두 구멍뚫린 존재이다 Kelly Jang 


작업중- 빛과 그림자 Kelly Jang


Mahnmal-복원되는 가짜들과 버려진 진짜 사이에서.


폐허의 아름다움 - 그 어떤 것을 위해서도 유용하게 되지 않기.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에서 표현된 것처럼 낙원의 이미지는 유용하지 않다는 점에서 폐허와같다. 버려진 장소. 시간의 빈 틈 혹은 바깥에서만 찾을 수 있는 곳

내가 머물고 있는 독일의 레지던스 근처에는 거대한 기념비(Mahnmal-부정적인 역사를 기억하고 '경고'하는기념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사람들도) 모르는 곳에 위치한 러시안 공항. 전쟁 이후 숨겨져 있는벙커들과 커다란 동굴 같은 격납고들. 얼굴이 뭉개지고 거의 부서져 내린 스탈린 동상. 러시안 군인들과 가족들의 숙소였던 폐허들. 현재 내가 지내고 있는 아틀리에는나치 정권 당시, 정치범들과 함께 마을의 소수자들 즉 신체적, 정신적결함이 있는 자들을 사형 집행장으로 보내기 전에 수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마치 커다란섬처럼 동떨어져 있는 이 마을에 한동안 독일의 모든 소수자들을 내몰아 수용하고 도심으로부터 격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그들은 유대인만 배척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곳은 '잊혀짐'에 저항하지 않는다.

나는 이곳이 한 나라의 카이로스적인 시간이자 장소라고 생각한다. 카이로스는 그리스어로 결정적으로 중요한 곳, 시간이자 발병 지점 즉 아킬레스건처럼신체의 아픈 부위를 뜻하기도 한다.



Mahnmal-무능도원 Kelly Jang



The tattooed pain 지울수 없는 Kelly Jang



이곳에서 멀지 않은, 나치의 대표적인 수용소였던라벤스브뤼크를 방문했었다. 여성들만 머물렀던 그 수용소의 역사와 남겨진 것들을 보았고, 역삼각형의 표식이 있는 죄수복 앞에서 한동안 서 있었다.  

전쟁 당시 독일에서는 노동력만을 가치 있게 여겼기 때문에 심신이 약한 사람들은 죽음의표적이 되었다. '선택'된 자들은 그 죄수복을 입고 죽음을 기다려야만했다. 그래서 수용자들은 안 좋은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을 지켜내야 했다는기록을 보았다. 그럼에도 6만 명이 넘는 여성들, 즉 허약했던 여성들이 살해당했다. 건강하게 자신을 지켜냈던 여성들은 1942년부터 위안 시설로 끌려가 남자 수용자들을 위한 성노동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라벤스브뤼크 강제 수용소(The Ravensbrück Women's Concentration Camp)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를 본다. 오래된시간,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내서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예술은 창문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고통은 다시 현재의 나에게 돌아온다. 사회가내겐 준 (주었다고 믿은) 표식을 지닌 채 살아왔던 시간. 여전히 노동력과 그에 따른 돈의 가치가 인간의 레벨을 가늠하는 것. 내가 허약한누군가에게 표식을 붙여주었던 시간들은 없었나. 우리, 내 나라에서는불편한 진실을 한 번씩 바라볼 수 있는 기념비 또는 폐허를 어디서 찾을 수 있나




The Mark (작업의일부) - Kelly Jang



내가 왜 그림자가 짙은 이곳까지 왔을까 생각했다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물음들이 창문으로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하나씩 답을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 더 많은 물음을 갖게 한다. 인간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믿음과 신념에 대해.





두 명의 무용수와 격납고.작업의 일부 2017 Kelly Jang


나는 '지금 여기'에서 보고 느낀것들을 작업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아픈 시간들로 꽉 묶인 이 곳에서 나는 현재 작업 중이다.

 

시간의 빈 틈

서사의 죽 음

 

그럼에도 말할수 없는 고통들이 '말해지는 동안' 믿어본 적 없는 소원이 이루어진다

임솔아 <빨간

고통의 빛깔에 관한 시 중에서.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2/artlecture

켈리장_Artist in the Netherlands. Germany. Korea 게으른 예술가 https://brunch.co.kr/@kellyjang

2014년, 네덜란드의 아티스트 레지던스에 입주했습니다. 지금은 독일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며 지냅니다. 이 벅찬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어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물음속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