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고리(Edward Gorey, Edward St. Joln Gorey)는 20세기 후반에 활동한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및 작가로 공포와 유머를 주요 테마로 여러편의 그림과 글을 창조했다. 그는 불문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예술가 였으며, 그의 작품은 대중과 비평가들에게 사랑 받아왔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그가 만들어낸 작품은 팀버튼의 우울하고 기괴한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초현실주의 작가 막스 에른스트 또한 ‘비범하고 신비스럽다.’라고 찬탄하며 그의 전시에 줄곧 참석했다. 또한 그가 작업한 삽화 중 뮤지컬 ‘캐츠’의 원작이 된 T.S 엘리엇의 ‘노련한 고양이들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의 삽화는 뮤지컬 캐릭터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는 1925년 2월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카톨릭 신문의 저널리스트인 아버지와 성공회 신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이 부부는 고리가 열한살 무렵 이혼했다 16년 후 재결합 하였다.

고리는 ‘테드’라는 애칭으로 불린 어린 시절부터 고양이를 길렀고, 브람스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 두 책에 심취해 있었다. 2000년도 심장병으로 죽기 전까지 그의 말년에는 고양이와 책에 둘러싸여 있었으며,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였다. 어릴적 그는 혈색 좋은 현실의 자신이 병약하여 늘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고 한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두 책의 영향이었으며 순진하고 호기심 많은 인물과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그가 창조해낸 작품에 주요 캐릭터로 자주 등장 하였다.
그의 작품은 소설 측면에서 보면 20세기 미국식 고딕소설에 포함되나 일러스트레이션은 19세기 영국 일러스트레이션 황금기를 이끌었던 아서 래컴(Arthur Rackham)이나 해리 클락크,(Harry Clarke), 오브리 비어즐리(Aubrey Beardsket) 등에 견줄 수 있다.
아서 래컴(Arthur Rackham) 해리 클락크,(Harry Clarke) 오브리 비어즐리(Aubrey Beardsket)
그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안드레스 브라운(Andreas Brown)을 만나면서 부터였다. 브라운은 1968년부터 뉴욕 47번가 다이아몬드 거리에 있는 맨해튼 고담 서점의 두번째 소유주이다. 서점 앞에 “이곳은 지혜로운 자의 낚시터(Wise men fish here)”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는 이곳은 그 기발한 문구에 걸맞게 인문학과 문학 분야의 희귀본이 상당했고 제임스 조이스 소사이어티가 조직되어 있는 등 지식인의 아지트 였다. 고리는 이 서점에서 작업을 했고 전시회도 가졌다. 섬세한 모노크롬 일러스트레이션과 컬트적인 음울함이 담긴 그의 서적은 상당한 인기를 모았고 책과 아트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펑 하고 산산조각 난 꼬마들』
그의 작품 “펑 하고 산산조각 난 꼬마들”은 고리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시점에 출간된 인기작이며,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수는 알파벳 수와 동일한 26명이 등장하고 그 아이들의 이름의 A 부터 Z까지의 알파벳 머릿글자를 가지고 있다. 이 아이들은 앞 뒤 맥락 없이 느닷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기실 고리의 작품 대다수는 등장인물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허무하기도 또 피식 헛웃음이 나오는 이들의 죽음은 작품 전체의 서사적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아이들은 대부분 돌연사 하며, 스스로 죽음의 전조를 감지하지 못한다. 그저 무력하고 저항 없이 사라지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반복적이고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을 통해 독자들은 죽음에 대한 또 삶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하며 이것은 또한 삶의 덧없음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A는 에이미,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Z는 질라, 진을 너무 많이 마셨습니다.
『미치광이 사촌들』
이 글의 제목인 문장 “79년 전, 로즈 마시메리, 메리 로즈마시, 마시 메리로즈라는 세 명의 사촌이 살고 있었다.” 는 고리의 작품 미치광이 사촌들의 첫 장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에드워드 고리는 이름의 철자를 뒤섞어 새로운 이름을 만들기 좋아했으며 그로 인해 미치광이 사촌들에 등장하는 세명의 인물들의 이름이다. 서로의 이름의 순서만 바뀐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어이없는 죽음을 통해 점차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짧막하게 보여준다.

고리의 작품들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일상의 불안과 부조리함을 다루었으며, 고딕 스타일의 간결함과 그로테스크함을 간직한다.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잔혹하지만 그속에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는 작품 성향이나 이름(Gorey와 동음이의어인 Gory는 ‘유혈이 낭자한’이란 뜻이다.)에서 연상되는 것만큼 무시무시한 사람은 아니었다. 19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키에 발목까지 오는 털 코트를 입고 거품같은 수염에 귓불은 빈틈없이 뚫은 데다 반지를 끼지 않은 손가락은 거의 없었으며 초록색 패티큐어를 과시하기 위해 맨발로 미시건 애버뉴를 활보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아이들이나 쓰는 단어를 쓰며 사람들과 박장대소하며 웃기를 좋아했고 단골 카페에서 만난 이웃과도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종종 자신이 감독하고 기획한 연극을 동네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등 아기자기한 취미가 있는 사람이었다." (1)

고리가 사망 후 다큐멘터리 감독 크리스토퍼 서퍼트(Christopher Seufert)는 에드워드 고리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현재 그가 만든 페이스북과 유튜브 그리고 그의 홈페이지에서 작업중인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의 일부를 확인 할 수 있다. 언젠가 완성된 에드워드 고리에 대한 숨은 이야기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