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광인(狂人) 하나가 난도질을 했는지, 피범벅이 된 손을 쳐들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마도 경찰에 연행되는 중이었던 듯싶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미친 사람은 우리 반 아이의 목을 칼로 그어 아이가 다쳐 며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섬뜩하게도, 광인에 의해 목이 다친 것은 우리 반 남자아이였지만, 방과 후 그 아이가 다친 곳에서 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불운이 살짝 나를 비켜갔을 뿐이었다.
그 후로 종종 뉴스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사건,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 광기란 위험하기만 한 것일까? 정신분석학에서는 무의식을 불이라고 하면, 예술가들은 위험하게도 불 가까이에 있는 존재로 생각했다. 무당, 예술가, 정신질환자는 모두 다 무의식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위험하고도, 아찔하게... 중뇌에서 감정이 일어나고 이 감정을 통제하는 곳이 전두엽이며, 전두엽이 약하면, 충동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1) 정신질환자의 뇌와 마약중독자의 뇌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한다. 이렇게만 말하면, 광기가 부정적으로만 보이지만, 광기는 창조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많은 창조적인 인물 중에는 창조 과정에서 또는 창조적인 활동이 그친 뒤에 정신병이 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뉴턴을 만발성 정신분열병이라 하고, 프로이트는 예수 그리스도를 평범한 망상형 정신분열병이라고 했다.(2) 예수 생전에 그를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어린아이들이 쫓아다닌 적이 있다는 일설을 들어보면, 광기는 병자부터 성자까지 양극단에 있는 심리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광기이다. 광기에 대한 편견은, 천재는 광기를 지닌다. 미친 예술가 등등... 예술가와 천재가 지니고 있을 법한 심리가 광기라는 인식이다.
김명국, <달마절로도강도>, 17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 97.6*48.2cm, 국립중앙박물관
옛사람 중 천재이면서, 광기까지 지니고 있는 이는 김명국을 들 수 있다. 김명국은 술기운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옥도>를 그리는데, 그림을 주문한 스님이 놀라고 만다. <지옥도>에서 엄벌을 받는 것은 모두 승려였기 때문이다. 쩔쩔매는 스님에게 김명국은 호탕하게 술을 더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술을 잔뜩 마시고 김명국은 승려의 머리에 머리카락을 그려 넣는다. 솜씨가 기가 막혀, 승려는 곧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었다. 김명국 말고, 또 기이한 화가가 한사람 더 있다. 바로 최북(1712-1786?)이다. 최북은 필자의 다른 글에도 잠시 언급되었다. 최북은 어떻게 보면, 미친 사람 같고, 어떻게 보면 자유롭게 살다 간 사람이다. 고관대작의 그림 주문도 마뜩잖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 광기와 예술, 자유. 이 단어들은 종종 함께한다.
불현듯, 군대에서 정신병이 발병했다는 한 미술작가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광기란 기존 질서에 대한 전복이다. 내가 만난 광인(狂人), 명숙이 언니는 사람을 따르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었다. 천재도, 예술가도 아니었지만, 순수했던 광인, 명숙이 언니가 가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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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상호 정신과 전문의에게 2022년 9월 13일 카톡으로 자문을 받았다. 심상호는 최근 『유교의 정신치료와 명상』을 펴냈다.
2) 이동식, <<현대인과 노이로제>, 한강수, p.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