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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컬러사진의 기수, 윌리엄 이글스턴 | ARTLECTURE

뉴 컬러사진의 기수, 윌리엄 이글스턴


/People & Artist/
by 최다운
뉴 컬러사진의 기수, 윌리엄 이글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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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1976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그의 첫 전시 [Color Photographs by William Eggleston]에서 큐레이터인 존 자코우스키는 이런 평가를 내리기도 했죠. 그의 이미지들은 “맑으면서도 충만하게, 또 우아하게" 세상을 재현하는 “완벽한" 순간들이라고요. 아마 이러한 감정들 때문에 이글스턴의 세계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도 이글스턴의 사진을 보면서 그러한 순간을 만나보시길 바랄게요."

요즘의 디지털카메라들은 제조사별로 독특한 이미지 프로세스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캐논의 픽처 스타일이나 소니의 픽처 프로파일, 라이카의 경조 흑백이나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예전의 암실 작업이나 포토샵 등의 디지털 작업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이미지 처리 기법을 쓰기 쉽도록 비슷하게 구현해 놓은 거지요.



 [William Eggleston: Los Alamos] 전시 풍경,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뉴욕, 2018

 


제조사들이 내세우는 이러한 프로세스들은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 놓았는데요. 그중 후지필름의 라지 포맷 카메라에서 제공하는 노스탤직 네거티브 (Nostalgic negative)”라는 필름 시뮬레이션이 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의 컬러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작가들의 사진집을 구해 들여다보면서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 미국 사진의 두드러진 경향 중 하나는 뉴 컬러사진입니다. 그전까지 컬러사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흑백사진에 비해 저급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요. 광고 등의 상업 사진에서는 컬러가 많이 쓰였지만 예술계로 넘어오면 흑백이 우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요. 그런데 젊은 사진가들 몇몇이 컬러로 찍은 풍경을 선보이면서 이전과는 다른 뉴 컬러"의 세상을 보여주었고, 사람들은 그들이 보여주는 색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의 대표적인 작가들로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와 조엘 메이어로위츠(Joel Meyerowitz),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이 있어요.

 


[William Eggleston: Los Alamos] 전시 풍경,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뉴욕, 2018

 


오늘은 이글스턴이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찍은 <로스 앨러모스>라는 프로젝트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이 작업은 이글스턴이 당시에 찍은 2천여 점의 사진들 중에서 2백여 점을 추린 작업인데요. 그의 첫 번째 컬러사진으로 알려져 있는 1965년 사진(마트 직원이 오후 햇살 아래 쇼핑 카트를 밀고 있는 순간)을 포함하여 미국 남서부 지역의 일상을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오십여 년 전에 찍은 사진 속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향수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데요. 후지필름에서 노스탤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일지 모르지요. (슈타이들 출판사에서 나온 <로스 앨러모스> 사진집은 글 아래의 유튜브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에서 특히 영감을 많이 받은 이글스턴은 사진을 찍을 때 구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는데요. 이렇게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사진이 충분히 흥미롭다면 사진의 위/아래를 뒤집어서 보아도 여전히 흥미로울 거라고요. (“I can turn them upside down and they’re still interesting to me as pictures.”) 1) 그렇지 못하다면 제대로 찍지 못한 사진이라고 했지요. 프레임 속의 공간과 색깔, 선과 면의 형태 등에 집중해서 잘라낸 그의 이미지는 그래서 가볍게 찍은 것 같으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어떤 이는 이글스턴의 사진을 두고 스냅샷의 미학(snapshot aesthetics)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글스턴은 자신의 사진에 이러한 정의를 내리길 거부했습니다. 자신의 사진은 신중하게 바라보고 선택한 것이며, 스냅샷의 반대말이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사진일 것이라고요. 2)

 

William Eggleston: Los Alamos] 전시 풍경,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뉴욕, 2018

 


이글스턴의 컬러사진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인화 기법입니다. 그는 당시 광고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던 염료 전사법(dye-transfer)이라는 인화 기법을 활용했는데요. 이 기법은 하나의 네거티브를 RGB 세 가지 색 필터를 이용해서 분리한 후, 각각 CMY 세 가지 색 염료를 입히고, 최종적으로 이를 하나로 합쳐서 만드는 인화 방식입니다. 과정이 복잡한 만큼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는 것 또한 쉽지 않은데요. 색을 분리하고 디테일을 더한 후 합치는 과정에서 더 깊은 컬러를 얻을 수 있고, 또 당시의 다른 인화 기법들보다 색이 더 오래 보존되는 사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글스턴은 1957년에 캐논의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를 사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여러 대학교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1960년대 후반부터 컬러사진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글스턴이 여러 매체와 가진 인터뷰나 영상을 보면 자신의 사진에 대한 자부심이 큰데요. 그는 자신의 작품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후천적으로 배울 수 없는",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보이는 것" 3)이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지나칠 만큼 자신감이 큰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천재성이 있는 작가가 아닐까 해요.

 


[William Eggleston: Los Alamos] 전시 풍경,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뉴욕, 2018

 


1976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그의 첫 전시 [Color Photographs by William Eggleston]에서 큐레이터인 존 자코우스키는 이런 평가를 내리기도 했죠. 그의 이미지들은 맑으면서도 충만하게, 또 우아하게" 세상을 재현하는 완벽한" 순간들이라고요. 아마 이러한 감정들 때문에 이글스턴의 세계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도 이글스턴의 사진을 보면서 그러한 순간을 만나보시길 바랄게요.



각주

1) “New Southern Photography : Between myth and reality - Aperture Issue 115, Summer 1989”, [Aperture: Conversations], Aperture, 2018, p. 134

2) https://artreview.com/ar-may-2019-feature-william-eggleston/

3) 앤 셀린 제이거, [사진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 미진사, 2008, p. 31

 

영상 자료 01-03. [Los Alamos: Revisited, Volume 1/2/3], Steidl, 2012

William Eggleston - Los Alamos Revisited Volume 1 :

https://youtu.be/PIlOGiJyzUw

 

William Eggleston - Los Alamos Revisited Volume 2 :

https://youtu.be/_fW_yyf8iQg


William Eggleston - Los Alamos Revisited Volume 3 :

https://youtu.be/_2wGVZQJGXU

 

영상 자료 04. 당신만의 사진을 만나는 시간 11, <컬러 사진의 선구자 혹은 천재>

https://youtu.be/OsLFGY5cC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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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다운_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로 뉴욕의 사진 전문 갤러리에 대한 <뉴욕, 사진, 갤러리>를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