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기의 미국 (Turbulent America)”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프레임 속 장면들은 그 시절 미국 사회를 흘러간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사망 사건과 재소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폭로한 커밍스 농장 사건,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70년 대 워터게이트 사태와 여러 반전/인권 시위들, 그리고 이후 미국을 덮친 불황의 시기까지 따라가게 되지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사건들도 있지만, 그때의 미국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라퐁은 사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후대의 판단을 위해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의 사진들은 자신의 말처럼 그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며 전쟁을 일으켰지요. 지금 한 달 넘게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죽고, 집과 일터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쟁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고요.
이번 전쟁이 터지고 나서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러시아 내에서의 영업 활동을 중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 편에 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플 같은 IT 기업들뿐만 아니라 테슬라, 프라다, 맥도날드 같은 회사들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서 말한 회사들처럼 크지는 않지만, 한 카메라 장비 회사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킥-스타터 펀딩이 크게 성공하면서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픽 디자인입니다. 픽디는 러시아 내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가방과 같은 일부 제품을 난민들을 위해 쓰겠다고 발표를 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의미 있는 행보는 현재 우크라이나로 들어가 활동 중인 포토-저널리스트가 있다면 자신들의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인데요. 물론 물류가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합니다. 카메라 장비 회사로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픽 디자인 인스타그램 캡쳐.
픽디의 글을 읽으면서 포토-저널리스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요. 그곳이 어디든, 또는 언제든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달려가는 이들의 직업은 사명감 없이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전쟁터까지 뛰어들 수 있는 것도 그래서겠지요.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라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몇백 년 동안 묵묵히 그 일을 담당한 사관들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는데요. 저는 포토-저널리스트들이 오늘날, 우리 시대의 사관이 아닐까 합니다. 이들 덕분에 수많은 역사의 순간이 잊히지 않고 기록되어 전해질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평생을 포토-저널리스트로 살아온 한 사진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인 장-피에르 라퐁인데요. 1935년에 태어난 그는 스위스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패션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요. 1965년에 뉴욕으로 건너 가면서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감마 이미지 프레스(Gamma Image Press)의 미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그마 포토 뉴스(Sigma Photo News)라는 에이전시를 세웠어요.
격동기의 미국 (Turbulent America)> 전시 풍경, Sous les Etoiles Gallery, New York.
라퐁은 그때부터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포토-저널리스트로 살아왔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돌며 역사의 순간들을 기록했어요. 특히 20세기 후반을 관통하는 미국 현대사 속 장면들을 많이 포착했습니다. 2014년에 나온 그의 사진집, <사진가의 천국 (Photographer’s paradise)>이 당시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라퐁은 자신이 열정적으로 뛰어다녔던 이 시기의 미국을 “사진가의 천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마 사회가 격변하는 시기에 사건과 현장이 많기도 했고, 사진가들에게 지금보다 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격동기의 미국 (Turbulent America)”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프레임 속 장면들은 그 시절 미국 사회를 흘러간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60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사망 사건과 재소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폭로한 커밍스 농장 사건,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70년 대 워터게이트 사태와 여러 반전/인권 시위들, 그리고 이후 미국을 덮친 불황의 시기까지 따라가게 되지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사건들도 있지만, 그때의 미국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라퐁은 사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나중의 판단을 위해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의 사진들은 자신의 말처럼 그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격동기의 미국 (Turbulent America)> 전시 풍경, Sous les Etoiles Gallery, New York.
그런데 라퐁의 렌즈는 단순히 저널리즘적 기록을 남기는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역사를 구성하는 대다수 소시민들의 풍경 또한 놓치지 않았는데요. 아폴로 11호의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과 브루클린의 낡은 거리에서 장난을 치는 소년 갱들의 한때를 찍은 사진들이 그렇지요.
저는 라퐁이 냉철한 저널리스트의 시선과 따뜻한 휴머니스트의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진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시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미시적인 순간들도 똑같이 중요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경기 불황으로 텅 비어 있던 세계무역센터의 뒤편으로 모여든 노숙인들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일 거예요. 덕분에 우리는 그 시절 미국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요.
한데 라퐁과 같은 포토-저널리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대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진을 만드는 방식도, 보여주는 방식도 변했지요. 지금은 전 세계의 뉴스가 실시간 영상으로 전달되는 시대예요.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이미지의 수도 과거의 그 어느 때와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라퐁처럼 전통적인 방식 - 직접 주제를 정해서 탐구하고, 이를 사진과 글로 보여 주는 작업 - 으로 일하는 이들이 살아남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라퐁이 일하고, 또 직접 설립하기도 했던 에이전시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사진 편집자이면서 라퐁과 함께 시그마 포토 뉴스를 설립한 부인 엘리안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안타까워했습니다.
<격동기의 미국 (Turbulent America)> 전시 풍경, Sous les Etoiles Gallery, New York.
하지만 거대한 흐름에 역행할 수는 없겠지요. 사진가들 또한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고 또 전달할지 방법을 많이 고민해 봐야 할 겁니다. 과거와는 다른 방식을 찾아내야겠지요. 진정성이 담긴 스토리라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라퐁과 같은, 그리고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이들과 같은 포토-저널리스트들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역사를 기록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후대의 우리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고, 배울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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