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Twitter

Artlecture Blog

Artlecture Post

Artlecture Band

Artlecture Main

보이지 않는 벽 | ARTLECTURE

보이지 않는 벽


/Insight/
by 김진주
Tag : #담론, #확장, #감각, #감상, #전시
보이지 않는 벽
VIEW 2754

HIGHLIGHT


본 글은 고전적인 방식의 예술형태와 예술감상 방식이 무조건 가장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쏟아져나오는 기술 기반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어떻게 하면 ‘감상의 벽’을 허물 수 있을지, 어떤 방식의 감상이 건강한 방식일지, 깊이 있는 감상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예술을 향유함에 있어 어떤 감각을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는 감상의 만족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

감상의 만족에 대해 제시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가?

기술 기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서 감상의 벽을 경험해 본 적은 없는가?

테크놀로지에 대한 경험이 예술적 경험이 될 수 있는가?

예술적 경험은 무엇인가?


최근 한 전시를 본 후, 밀려든 생각들입니다.

더 자세히는 전시를 관람하는 도중에 어떤 일을 목격하게 되면서 든 생각들입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이런 사유의 방아쇠가 되었지만, 이전부터 급변하는 기술력을 흡수하고 있는 여러 예술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느낀 것들이, 심저에서 울렁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는, 공간 내 관람 인원이 4명으로 제한되어 있는 작품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작품은 설치된 여러 오브제와 구조물을 관람하며, 영상을 감상하고, 곳곳에 부착되어 있는 QR코드를 태그해 증강현실을 경험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보물찾기를 하듯, QR코드를 찾아 일일이 태그해 이미지를 열어보는데, 한 관람객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관람을 안내해주시는 분에게 어떻게 관람하는지 여러 번 질문하는 내용이었고,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서 보면 된다는 당연한 답변이 오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답변에 또 어떻게 관람하는지 물었고, 결국 한 바퀴 쓱 돌아보고 나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감상의 벽

 

소위 말하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을 경험할 때,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일지 모르겠습니다. 적은 인원이 관람하고 있어서 그 소리가 너무나도 잘 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에게는 적극적으로 감상하고 싶었으나, ‘감상의 벽을 느끼고, 감상행위의 소외를 겪는 현장으로 비춰졌고, 감상자로서 창작자로서 기술을 응용한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고, 창작활동을 해나갈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모바일 기기는 생활 속에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그 활용도는 개개인마다 아주 상이합니다. 그런데 이 모바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될 때, 기기를 꺼내는 것부터 누군가에게는 감상의 벽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QR코드를 보고 작품으로 연결되는 통로라는 판단이 가능해야 하는데, 여러 사각형이 조합된 이 바코드 또한 누군가에게는 감상의 벽이 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필자가 느낀 감상의 벽입니다.


이번에는 QR코드를 인식하여 작품 감상을 위한 플랫폼으로 연결될 때, 감상의 벽을 느끼게 됐습니다. AR기술로 이미지를 감상을 위해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SNS앱을 통하게 되었는데, 작가가 창작한 증강 현실 이미지와 기존 플랫폼에 구축된 이미지가 혼재되어 온전한 작품을 구분지어 감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창작한 이미지 자체를 더 자세하게 보고 싶어져 열심히 확대해보았지만 결국 허무한 손가락 움직임만 남았습니다. 더 자세히 보고 싶었으나 볼 수 없음에 벽을 느꼈고, 작품 소개를 다시 보며, 어떤 상호작용을 이룰 수 있는지, 어떤 소통이 가능했는지, 무엇을 초월하여 가능성을 엿보아야 했는지 많은 의문이 남았습니다. 결국, 6인치 남짓한 사각형에 눈이 묶인 상황에서 결국 현실의 사물에 더해진 이미지의 분위기만 감상하는 것으로 이 경험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증강현실 이미지를 보는 자체가 충분한 감상이 될 수도 있고, 감상행위 자체에 의미를 둘 수도 있고, 알아차리지 못한 작가의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기기를 활용한 예술작품 감상을 즐기지만 감상을 위한 단발적인 행위가 얕은 감상으로 이어져 헛헛한 마음이 들거나 감상 이 후에 밀려오는 피로감에 당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바로 이 때, 본래 갖고 있던 감각기관 이외에 기기를 동원하여 감각을 확장해야하는 강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채워지지 않은 감상의 만족에 대한 욕구가 이런 문제 제기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감각의 확장은 우리가 원한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감각의 확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요즘 우리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합형태의 예술 작품을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몰입형 미디어아트부터 AI 작품창작까지 정말 다양한 예술작품의 형태 변화를 목격하고 있고, 기술 발달로 등장한 여러 미디엄들로 인해 우리는 수많은 감각의 확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서 이뤄지고 있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감각의 확장은 우리가 원한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감각의 확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날 세워 자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837, 사진의 발명을 시작으로, 영화가 등장하고, 1960년대에 텔레비전의 대중화 이후, 비디오 카메라 등장, 컴퓨터와 인터넷망의 보급, 모바일 혁명 시대를 거쳐, 현재는 AI기술과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의 물결까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파도를 이완된 상태로 맞이한 이들은 HMD(Head mounted Display, 안경처럼 머리에 착용하여 영상을 볼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를 착용하여 영상을 보고,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증강현실을 경험하는 이러한 감각의 확장이, 당연한 감각 행위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겠지요. 그런데 이것이 나의 선택이었는지, 사실은 시류에 떠밀려, 파도에 떠내려갔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이 필요합니다.


나의 해안가로 밀려온 파도를 어떻게 탈 것인가. 어떤 판단을 할 겨를도 없이 떠내려가진 않았는지, 파도를 타고 멀리 나갈지, 어디까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지 지각하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정답이 있는 질문도 아니요, 설령 파도에 떠내려갔다고 하더라도 중심을 잘 잡아 생각지도 못한 멋진 바다를 경험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망망대해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몫이 자신에게 있기에 중요한 질문이지요. 자신의 고유한 감각의 사용과 연결되어 있는 개인의 숭고성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감각의 숭고성, 나의 숭고성

 


이 글은 고전적인 방식의 예술형태와 예술감상 방식이 무조건 가장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쏟아져나오는 기술 기반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어떻게 하면 감상의 벽을 허물 수 있을지, 어떤 방식의 감상이 건강한 방식일지, 깊이 있는 감상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감각의 확장에 대한 요구 속에서 스스로의 감각 그 자체에 대한 인지와 확장된 감각이 이루는 인지의 차이를 살피고, 본래의 감각이든, 확장된 감각이든, 분별하여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바탕에서 깊이 있는 감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합니다. ‘쏟아져나오는첨단 기술을 활용한 예술작품의 감상과 창작의 흐름 속에 나의 숭고성을 지키며 예술을 받아들일 때, 그 향유가 참 중요하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창작자의 예술의 창작 방향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느꼈던, 그리고 필자가 느꼈던, 그 보이지 않는 벽이,

우리 모두의 담론으로, 많이 낮아지고 허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을 향유하는데에 있어서, 다양한 표현과 다양한 감상이 있겠지만,

감상을 하는데 있어서 일말의 소외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