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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푸른 바람을 채운 앨리스 달튼 브라운 | ARTLECTURE

미술관에 푸른 바람을 채운 앨리스 달튼 브라운

-Alice Dalton Brown-

/People & Artist/
by 허연재
미술관에 푸른 바람을 채운 앨리스 달튼 브라운
-Alice Dalton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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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마이 아트 뮤지엄,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展

사실주의적 작품은 필자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사실주의라는 것은 우리의 시각이 바라보는 것을 객관적인 관점으로 묘사하고 최대한 왜곡하거나 추상적인 형태를 넣지 않음으로써 하나의 기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본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도 똑같겠지’ 라는 보편적인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적인 면에서는 똑같이 볼 수 있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필터링 체계는 엄연히 다르다. 마치 폴 세잔(Paul Cezanne)이 사과를 보고 면들을 난도질을 하여 특이한 사과를 만들어내고 다른 이들은 사과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본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작품들은 사실주의적인 작품도 개성 있는 시각적 언어로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 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작가 Alice Dalton Brown



 

마이 아트 뮤지엄에서 열린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빛이 머무는 자리>  은 사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보러 갔다. 전시 홍보물에 나온 대표작 속 하늘거리는 커튼과 바다 풍경을 담은 창문만 슬쩍 보고 갔기에 당연히 사진 전시라는 예측을 했다. 그러나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사진 작가가 아닌 회화 작가였던 것이다. 이런 반전 사실을 알게 되니 갑자기 전시에 대한 흥미로움이 한층 더 상승되었다. 무료한 일상에 이런 반전과 서프라이즈는 언제든 환영이다. 그리고 기존에 알지 못했던 작가의 회고전이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달튼 브라운이 다녔던 발자취를 따라가듯 그녀의 시선이 머물렀던 집, 풍경들이 주요 주제다. 집이라는 건축물은 그녀에게는 쉼터이자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보통은 집을 그린다고 하면 집의 전체적 구도를 어번 스케치 (urban sketch) 처럼 그린다거나 내가 본 그 건축적 구조를 캔버스에 그대로 옮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본 그 구조물을 그대로 카피하기보다 집이 주는 따스함’, ‘환영’, ‘포근함’, ‘외로움’, ‘적막함’ 등 느낌을 과감하게 자른 구도로 캔버스에 정밀하게 옮긴다. 또한 건축물 구조의 한 부분이나 골목의 코너 부분처럼 사람들이 신경 써서 보지 않을 법한 부분을 특이한 각도에서 확대 묘사한다. 이 부분이 사실주의 작품이 주는 단순한 기록이라는 시각적 언어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관찰하게 한다. 


마치 나의 오래된 벗의 다양한 면모 중 몰랐던 면모나 매력을 찾아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전시의 시작은 밖에서 바라보는 외부의 모습을 바라보는 구도가 주를 이루다가 전시장으로 깊이 들어갈 수록 우리를 집안으로 초대한다. 마치 달튼의 집이나 그녀의 친구 집으로 초대되어 내부에서 창문을 통해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경험을 하는 듯 했다. 특히 햇살이 가득하고 반짝거리는 바다의 수평선을 담은 창문들이 보일 때 너무나 설렜다.





Alice Dalton Brown, Quiet Breathing, 2011, Private Collection

 



 

햇살에 비쳐 반짝거리는 바다의 표면들은 포카리 스웨트 CF보다 더 청량한 파란 빛을 머금는다. 바다 시리즈 작품들에 바짝 다가갔다 멀리서 보았다가 나를 한시도 가만히 서서 볼 수 없게 했다. 이런 풍경화가 어떻게 힘이 느껴지게 하는 걸까 생각해보게 한다. 그건 아마도 빛이 있으면 함께 실과 바늘처럼 따라 오는 것이지 않을까? 

 




전시전경


Alice Dalton Brown, Expectation, 2021

 





바로 공간의 무게감과 보이지 않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전달하는 그림자다.



달튼의 초기 작업 <나무 그림자> 시리즈를 보면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노는 실험적 요소들을 엿볼 수 있다. 실제 나무는 보이지 않지만 나무의 그림자가 빨간 벽면에 비춰지면서 강렬한 대조를 만든다. 어릴 때 우리가 손가락으로 그림자 놀이를 하며 더 많은 상상의 여지를 남기 듯 나무의 존재는 생략되고 그림자로서만 존재한다. 그 나무가 어떠한 환경에 심어져 있는지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어떤 방향에 있는 나무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자연의 미스테리한 실루엣과 인공적 구조물인 벽이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 조금은 외롭고 고독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이색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Alice Dalton Brown, Shadow of Tree and Table, 1977, Oil on Canvas, 

© Alice Dalton Brown

 


Alice Dalton Brown, Tree Shadow with Stairs, 1977, Oil on Canvas 

© Alice Dalton Brown

 




추상 작품을 보면 어떠한 서사적인 형태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지만 그 이미지나 형태와 색이 전달하는 고유의 리듬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꽃을 몇 천 배 확대하여 그린 조지아 오키프(Goergia O’Keeffe) 의 회화나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의 사진은 일상적인 오브제를 극단적으로 확대 한 기법과 빛을 이용하여 초현실적인 세상을 창조한다. 흔한 것을 낯선 각도로 바라보며 새로운 이면을 자극시킨다. 이들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달튼의 풍경화에서 이러한 감정을 느꼈다.

 



조지아 오키프, 양귀비/ 에드워드 웨스턴, 양배추, 1931



 

수채화 만큼이나 싱그럽고 청량한 달튼 브라운의 회화 작업은 오일 페인팅이나 파스텔이다. 이러한 재료로 창조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그 투명성이 온몸으로 전달 된다. 전시를 보는 한 시간 내내 지루할 새 없이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집에 살고 있는 듯 한 체험을 한 기분이었다. 달튼의 작품을 관람하는 모든 이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머물렀다 잘 쉬고 간다고



달튼이 창조한 공간은 눈이 트이게 하는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이 지친 우리의 마음에 다시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재충전의 공간이다.

 




Alice Dalton Brown, Serenity for Margie, 1995 Oil on canvas, Collection of Margie Goldsmith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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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허연재.테이스티 아트(Tastea Art): 미술사& 티(tea) 관련 강의 컨텐츠를 제작하며, 일상 속에서 예술을 통해 힐링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바라보니 어느새 내 맘에>2020 저자. / 브런치 @tasteaart / 인스타그램 @tastea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