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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니키 리(Nikki S. lee) | ARTLECTURE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니키 리(Nikki S. lee)


/People & Artist/
by 이현희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니키 리(Nikki S.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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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니키 리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나는 어떻게 보일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에서 자라고 유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간 작가에게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특징은 신선하고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니키 리는 이방인으로서 일정 집단에 소속되고 그들과 동화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문화 정체성을 획득하고 탈피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지난 4TV 프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뉴욕 예술계를 뒤흔든 아티스트로 니키 리(본명 이승희)가 소개되었다. 대중적으로는 낯 설 수 있는 현대미술 작가와 그녀의 작품을 짧지만 흥미롭게 다루었고, 방송 이후에는 남편인 배우 유태오와의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니키 리는 남편의 유명세와 더불어 종종 유태오의 아내로 불리곤 하는데, 어떤 이는 한 사람의 독립된 아티스트를 남편과 엮는다고 날선 시선을 보이지만, 대중적으로는 매력적인 커플로 각인되며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스스로를 설명할 때 사회 안에서의 지위나 직위, 혹은 자신을 설명해줄 수 있는 공동체(단체나 가족, 종교 등)와 그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말하곤 한다. 개인은 독립된 존재지만 누군가의 친구이자 가족으로 존재하며 사회 안에 소속되어 살아가고 있다. 니키 리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던져온 작가로, 그 정체성을 타인과의 관계, 개인이 소속된 하위문화와의 관계를 통해 설명하고자 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시리즈는 다양한 집단에 작가 자신이 소속되어 생활한 것에 대한 기록이자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개인의 정체성을 보여준 작업이다. <드래그 퀸 프로젝트 The Drag Queen Project>에서 시작해 작가는 히스패닉, 여피(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이), 펑크, 노인, 레즈비언, 스트립 댄서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으로 변신하고 그들 집단에 소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인종, 민족, 세대를 넘나들었으며 새로운 문화에 융화되기 위해 그들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자신의 내적, 외적 모습을 바꿔나갔다.



The Drag Queen Project, Digital C-Print, 1997



니키 리의 작업은 스냅샷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플래시를 강하게 터트리고 심지어 홍채가 빨갛게 나온 사진을 보면 전문 사진작가의 작업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앨범 구석에 있을 것 같은 사진으로 보인다. 작가는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촬영을 부탁해 일상적인 느낌을 담으려 했다. 그녀는 일시적 퍼포먼스가 아닌 관계 맺기를 통해 시간을 갖고 그들과 동화되고자 했으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자신을 사진으로 남겼다.



The Punk Project, 1997 / The Hip Hop Project, 2001


Seniors Project, 1999 /  The Yuppie Project, 1998



일반적 설정 사진에 비해 니키 리는 하위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이고 행위를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은 기본이고 체형을 바꾸거나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처음 그녀의 작업을 봤을 땐 리얼한 묘사에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연극적 체험이자 타자화된 시선이라는 비판이 붙기도 하는데, 작업을 반복될수록 작가가 도드라져 리얼리티가 깨지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방문객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어떤 집단에서 정체성을 획득하기까지는 자연스러운 과정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니키 리는 그 과정을 압축적으로 수행하며 다양한 집단을 수용했고, 변신을 거듭하며 사회 안에서 학습되고 형성되는 정체성에 대해 체험했다. 그녀가 담아내고 있는 것은 연극적 수행성을 넘어 동시대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들이 수용하고 만들어내고 있는 문화에 대한 것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사진으로서의 결과물 보다 각기 다른 집단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과정의 이야기들이 더 흥미를 끌기도 한다.

 

니키 리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나는 어떻게 보일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에서 자라고 유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간 작가에게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특징은 신선하고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니키 리는 이방인으로서 일정 집단에 소속되고 그들과 동화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문화 정체성을 획득하고 탈피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정체성은 뚜렷하고 강렬하지만 복합적인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고 있으며.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최근전시: https://artlecture.com/project/10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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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현희. 시각예술작가이자 독립기획자. 아하하아트컴퍼니에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