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인스티튜트에서 개최하는 온라인 영화제 ‘관점의 전환’에서 선보이는 열 편의 영화는 ‘여성의 정체성’을 다루고 있다. 최근에 만들어진 장편영화뿐 아니라 70, 80년대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독일어/한국어 자막으로 관람할 수 있다(2021.05.28.까지, 이후에는 다른 주제로 상영). 그 중 크리스티아나 페르숀(Christiana Perschon)의 다큐멘터리는 <그녀는 다른 시선(Sie ist der andere Blick.)>이라는 제목으로 관점의 전환을 보여준다.
1970년대 비엔나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페미니즘 아방가르드를 이끈 다섯 명의 오스트리아 여성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콜라보레이션 다큐멘터리 영화이며, ‘관찰함’과 ‘관찰되어짐’의 상호적 인지를 의도해 카메라는 오직 삽입된 장치로서 형태를 탐색하며 여성 예술가들의 초기 예술 작품을 영화 속 이미지로 변환하여 예술 작품에 움직임을 부여한다.
다섯 작가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여성 작가의 작품들은 1년에 1번이면 충분하고 여성 작가의 작품은 전시도 안 해줄 뿐만 아니라 수집도 구매도 해주지 않았다. 1968년 정치 운동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1970년 이후에야 비엔나에서 첫 여성 단체인 AUF가 설립되었을 때, 작가들은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 당시 남성이 받을 수 있던 지원금, 구매 등등의 4분의 1조차 여성 작가는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남성의 가부장적 권력의 통제하에 있었다. 여성의 경우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결혼, 육아, 직업의 고정된 인식으로 미술학교에서 남성과의 동등한 기회는 적었고 여성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당했다고 다큐멘터리는 보여준다.
그 중 카린 맥(Karin Mack) 작가는 ‘형상과 파괴’를 꼬치와 머리핀 등을 핀 보드와 소프트 보드에 꽂으며 굉장히 공격적으로 파괴한다. 절임이 든 큰 유리병을 든 착한 주부의 이미지에 꼬치와 머리핀을 꽂기 시작하고 사진을 찢기 시작했다. 사진이 더 많이 찢어질 수록 파괴가 더 완벽해졌고 결국은 일종의 백지상태 같은 추상적 이미지만 남게 돼서 “이미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전한다. 그녀의 작업은 혼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생계를 꾸려야만 했기에 모두 집에서 이뤄졌다. 건축 사진사로 일했지만, 작업할 여유가 부족해 어려웠고 그 당시엔 이런 일로 돈을 벌지 못했다. 그 이후에 해방이 이뤄지자 자기 성찰을 하고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다큐멘터리는 소개한다.
‘사회에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억압만을 기반으로 한 이 상황을 거부한다. 여성은 정체성을 거부당했다. 수쳔 년 이어진 억압의 가부장적 매커니즘으로 여성들의 역사적 기여를 숨기고 공감할 여성 인물 없이 여성에게 언어를 강요해 숨겨진 역사를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거기서 배우는 것을 막았다. 예술은 살아온 경험의 반영이다. 남자와 여자에게 다르다. 모든 편견을 거부한다. 가부장 제도가 설정한 현재 진행되는 수익성을 거부하고자 한다. 위엄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에 기여할 것이다.’
여성 아티스트를 위한 국제 활동 단체 Intakt는 1년에 한 번 레츠호프에서 만났고 매니페스트를 변형한 “페미페스트”를 만들었다. 위의 글의 출처는 Intakt이고 그들은 이렇게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을 공개했다.
Linda Christanell 작가는 상형문자 예술을 이어갔다. 사진과 글자 이미지, 물체와 사진, 물체와 물체를 더해서 그것에 인접한 관계를 풀어간다.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설명하고 싶은 게 아니라 상황들을 만들어 놓고 완전히 열린 결말인 채로 두며 ‘쓰레기 물체’라고 불리는 것들을 한 장면에 모아 보는 이로 하여금 고찰하도록 한다. 추억, 잔재, 욕망의 대상이 난센스에 색을 입혀주며 보는 이와 작가 자신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3, 4년 뒤에 그 물체들을 다시 봤을 땐 완전히 다를 것이며 그리고 새로운 연결점을 찾아가는 방식, 시선이 바뀌는 방식, 바로 이게 Linda Christanell의 작업 방식이다.
Lore Heuermann은 전통 가옥의 미닫이문에 쓰이는 화선지를 사용하여 ‘표현, 역학’인 자각의 문제를 건드린다. 동양 예술은 사이사이 공간이 매우 중요한데 요소 간의 정확한 거리가 관찰만 하더라도 사람들 주변에 늘 있다고 작가는 표현한다. 그녀의 작품에는 오름의 원칙이 보이고 수직 구성을 선호한다. 더불어 공간 안의 상황이 항상 벽을 배경으로 하진 않고 그 사이를 걸어 다닐 수도 있게 만든다. 움직임과 명상에 있어서 아시아 문화는 움직임의 철학적 체계를 개발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태극권 형태로 숨쉬기 외의 움직임이 없는 선이 있고 움직임에도 명상이 있다. 작가는 이러한 것들을 배경으로 세상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며 다른 시선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움직임은 정신의 움직임이기도 하기에 기본이다. 위치를 바꿔 다른 정보를 얻고 다른 시선을 갖게 되며 그것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는 수년간 인간의 움직임을 연구했고 움직임에 대한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상상으로만 그리지 않고 앞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그려내며 텍스트 외에 몸도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철학적인 예술 작품으로 전달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Christiana Perschon은 이렇게 여성 예술가들이 생각하고 작업하는 방식, 그리고 예술 활동과 정치 활동, 사생활 사이의 연결고리를 중점으로 예술 분야에서 롤모델이자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는 여성 작가들을 찾았다. 1970년대 당시 프랑크푸르트 대학교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이건 여성 아티스트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여성의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을 공개하도록 격려했고 개인의 사생활은 사회의 일부이니 역시 정치적 발언이다.”라는 말을 다큐멘터리에서 한 작가는 내비춘다. 여성 인권운동에 정치적으로 참여했던 작가들은 여성 예술가들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자기 결정권 및 자아상에 관한 생각뿐 아니라, 지배적인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 대한 반발심이 공유되고 있다. 감독은 이렇게 이 영화를 통해 정해진 하나의 방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전한다.
참고 : 영화 중 발췌
사진 출처
1. https://korea.goethe-on-demand.de/orders
2. https://www.anothermag.com/art-photography/9082/five-photographs-that-formed-the-feminist-avant-garde
3. https://wsimag.com/belvedere21/de/artworks/93378
4. https://www.filmarchiv.at/program/film/sie-ist-der-andere-blick-2/
5. https://cargocollective.com/christianaperschon/Sie-ist-der-andere-Blick-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