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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_ [A Hidden Genius : Finding Vivian Maier] | ARTLECTURE

비비안 마이어 _ [A Hidden Genius : Finding Vivian Maier]

-사진가의 자화상을 마주하다 @ 베이징 금일미술관-

/World Focus/
by 최다운
비비안 마이어 _ [A Hidden Genius : Finding Vivian Maier]
-사진가의 자화상을 마주하다 @ 베이징 금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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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이 무엇을 찍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뷰파인더를 바라보며 풍경을 재단했다. 그렇게 해서 남긴 십만 장이 넘는 필름은 뉴욕과 시카고의 거리를 지나 알프스의 시골 마을과 세계 여행에서 만난 이국의 시간까지 껴안고 있었다. 마이어의 필름 속 프레임은 “그녀의 삶”이었으며 “사진을 통해 경험한 세상”이었다.6) 이름은커녕 존재조차 몰랐던 한 사진가의 흔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도 어쩌면 그래서가 아닐까. 그녀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 또한 세상을,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삶의 풍경을 만나기 때문이다.


<전시 포스. Courtesy Today Art Museum>





 

뉴욕의 보모은둔의 사진가 혹은 알려지지 않았던 천재이중 비비안 마이어를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말은 무엇일까그것이 무엇이든 그녀의 정체성을 하나로 단정 짓지는 못할 것이다이제는 20세기 현대 사진의 신화 중 하나라고 해도 좋을법한 비비안 마이어는 보모였고사진가였으며우리가 몰랐던 천재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서 팔려나간 물품 더미에서 시작한다현상되지 않은 채 감겨 있던 필름들을 박스째로 산 존 말루프는 호기심에 뽑은 이미지들을 한 플리커 커뮤니티에 올렸다그때부터 한 무명 사진가의 작품들이 입소문을 타고 번져 나가더니 마침내는 세계 곳곳에서 전시가 열리기까지 이르렀다그리고 마이어가 세상에 알려진 지 십 년이 넘은 지금도 그녀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상반기만 해도 파리와 베이징부에노스아이레스와 리스본 네 곳에서 동시에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미국 아마존에서는 올해 말 출간 예정인 책이 선주문을 받고 있을 정도이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1)

 




<전시 전경Courtesy Today Art Museum>





 

내가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을 처음 본 건 2015년 성곡미술관 전시였다그리고 이번에 베이징 금일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숨겨진 천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A Hidden Genius : Finding Vivian Maier)>를 찾아 한 번 더 그녀를 만났다


성곡미술관 전시는 그녀가 찍은 거리 풍경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는데 금일미술관은 특별히 마이어의 셀프-포트레이트에 집중한 셀렉션을 선보였다전시장에서는 총 83점의 작품과 함께 마이어가 촬영한 8mm 비디오 9그리고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를 상영하고 있었다

 




<전시 전경Courtesy Today Art Museum>


<전시장에서는 존 말루푸의 다큐멘터리 전편 상영도 함께 이루어졌다Courtesy Today Art Museum>





 

전시는 1,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몇몇 프린트의 퀄리티는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제법 좋아 보였다개중에는 이미 잘 알려진 것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사진도 있었다그녀의 8mm 비디오 클립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사진 속 장소를 보고 만든 암실과 거실모자 가게 쇼 윈도우 등의 모형이었다사진과 비슷한 공간을 재현하여 포토 스팟이라도 꾸 생각이었던 듯한데아쉽게도 외양만 베낀 모조 풍경은 이미지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이런 모형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가 신화가 된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삶도작품도 모두 미스터리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마이어는 세상이 그녀를 알기 전에 죽었다그래서 우리는 그녀가 어째서 이토록 많은 사진을 찍었는지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직접 들을 수가 없다아무리 많은 이미지를 뒤지고 연구와 자료 조사가 이루어진다 해도 작가의 진정한 속내 알 수는 없는 것이다보관료를 내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창고 물품에서 나온 흑백 네거티브에 이러한 신비로운 스토리가 덧입혀지면서 세상이 몰랐던 천재 사진가라는 한 보의 신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시카고©John 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Y, and diChroma Photography>



<시카고1974. ©John 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Y, and diChroma Photography>

 




어쩌면 마이어의 셀프-포트레이트는 그녀를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사진가의 셀프는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증거이면서2) 자신의 내면이 녹아든 순간의 포착이다화가의 캔버스와 달리 사진가의 프레임은 정면이나 옆모습만을 담지 않는다그건 때로 거울에 반사된 모습일 수도 있고이른 아침 햇살이 만든 긴 그림자일 수도 있으며매끈한 곡면 위에 흐릿하게 비치는 형상일 수도 있다그리고 그 안에 /그녀 자신 있다. 불투명하게 흔들리는 이미지는 그처럼 흔들리는 내면일지도 모르고길게 늘어뜨린 그림자는 그처럼 외로운 영혼의 반영일지도 모른다이번 전시가 그녀에 대한 작은 힌트를 줄 수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때로 프랑스 사진가 으젠 앗제와 비교되기도 한다둘 다 사후(혹은 말년)에 명성을 크게 얻으며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앗제는 19세기 파리의 거리를 건조한 시선으로 담은 작가이다그가 사진을 찍은 목적은 화가들의 스케치를 보조하거나 단순한 문서 보관을 위한 기록 용도였다그런데 유명 사진가 베레니스 애벗과 철학자 발터 벤야민 같은 이들이 그의 이미지에 초현'의 환상을 덧입혔고덕분에 세상이 몰랐던 현대 사진의 선구라는 앗제가 탄생했다.3) 마이어의 신화도 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무명 사진가의 작품에 뉴욕의 갤러리스트 같은 전문가의 목소리가 더해졌고한 보모가 찍은 뉴욕의 거리 사진은 20세기 중반 미국의 풍경을 관통하는 예술이 되었다여기서 앗제나 마이어의 작품이 별로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그들의 사진은 분명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물론 그들의 사진을 좋아한다다만 때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외의 영향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뉴욕, 1953. ©John 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Y, and diChroma Photography>


<뉴욕, 1954. ©John 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Y, and diChroma Photography>

 




그중마치 과학 수사를 하듯” 비비안 마이어를 파고든 파멜라 바노스의 책4)은 신화의 탄생에 여러 사람의 의지가 얽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바노스는 마이어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주요 인물들5)의 네거티브 및 프린트와 삭제된 인터넷 아카이브까지 뒤져가며 이야기를 추적했는데 문자 그대로 프레임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흔적을 되짚었다압류된 창고 물품의 최초 구매자인 로저 건더슨부터 출발하여 마이어가 지나온 삶의 궤적과 동시대 주요 사건들을 교차로 쫓아간 바노스의 글을 읽다 보면 그녀의 삶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이 무엇을 찍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오랜 시간 뷰파인더를 바라보며 풍경을 재단했다그렇게 해서 남긴 십만 장이 넘는 필름은 뉴욕과 시카고의 거리를 지나 알프스의 시골 마을과 세계 여행에서 만난 이국의 시간까지 껴안고 있었다마이어의 필름 속 프레임은 그녀의 삶이었으며 사진을 통해 경험한 세상이었다.6) 이름은커녕 존재조차 몰랐던 한 사진가의 흔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도 어쩌면 그래서가 아닐까그녀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 또한 세상을그 안을 채우고 있는 삶의 풍경을 만나기 때문이다

 




<시카고, 1960년대©John 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Y, and diChroma Photography>





각주 :

1) 앤 막스 지음, [Vivian Maier Developed : The Untold Story of the Photographer Nanny], Atria Books, 2021년 11월 출간 예정

2) (영상) 진동선, “비비안 마이어의 삶과 사진”, 2015년 성곡미술관 강의

3) “사진이라 쓰고 예술이라 읽는 문맹들”, 장정민 지음, <사진이란 이름의 욕망 기계>, IANN, 2017, p. 42 - 49

4) 파멜라 바노스 지음, [Vivian Maier : A Photographer’s Life and Afterlife],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7

5) 저자는 존 말루프, 제프리 골드스타인, 론 스텔리와 알란 세쿨라의 소장품, 그리고 2008년에 이베이를 통해 팔려 나간 사진들까지 확인했다.

6) (영상) 질 니콜스 감독, [Vivian Maier : Who took nanny’s pictures], BBC Imagine, 2013

 

기타 참고 자료 :

전시 서문 (Anne Morin), 금일미술관, 2021

성곡미술관 전시 리플릿, 2015

존 말루프, 마빈 하이퍼만 지음, 박여진 옮김,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윌북, 2015

(영상) 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 감독,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Finding Vivian Maier)>, 2013

(웹사이트) 존 말루프 컬렉션 http://www.vivianmaier.com

 

전시 일정 :

2021. 03. 21 ~ 06. 30 / 화 ~ 일 10:00 ~ 18:00

금일미술관 (天日美术馆 : Today Art Museum), 바이지완로 32, 조양구, 베이징

http://www.todayartmuseum.com/enexhdetails.aspx?type=currentexh&id=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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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다운.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로 현재 뉴욕의 사진 전문 갤러리에 대한 기행기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