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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는 마음, 무엇이 문제인가? | ARTLECTURE

효도하는 마음, 무엇이 문제인가?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미술-

/Art & History/
by 박재은
Tag : #효도, #옛그림, #전통, #미술
효도하는 마음, 무엇이 문제인가?
-즐거운 옛 그림과 동시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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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효도하려고 하면 병이 낫질 않으니 효도하려 하지 마라. ” 지금은 고인이 된 정신의학자 소암 이동식1)은 환자들에게 말씀하시곤 했다. 그의 저서에서도 환자가 부모에게 효도하겠다는 결심을 하면 꼭 “지금 효도하려 하면 병이 낫질 않는다.”는 조언을 하셨다. 그렇다면 효도란 정확히 무엇일까? 옛그림을 통해 살펴보자...

“효도하려고 하면 병이 낫질 않으니 효도하려 하지 마라. ” 지금은 고인이 된 정신의학자 소암 이동식1)은 환자들에게 말씀하시곤 했다. 그의 저서에서도 환자가 부모에게 효도하겠다는 결심을 하면 꼭 “지금 효도하려 하면 병이 낫질 않는다.”는 조언을 하셨다. 그렇다면 효도란 정확히 무엇일까? 효도는 일반적으로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이다. 신체는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라 내 몸이라 해도 내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더 뜻을 새겨 보면, 낳아 주신 부모님이 소중히 길러주신 몸이니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곧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둘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부모를 극진히 섬기는 것이다. 이것은 물심양면으로 부모를 보살피고, 좋은 음식이나 옷을 드리고,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이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두 번째의 경우를 효도라고 많이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입신출세하여 내 이름을 드 높여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성공의 길이 여러 가지이고, 성공은 명예보다 주로 돈과 관련된 것이 많지만, 과거에는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아가 이름을 알려 부모를 기쁘게 하는 일을 효도로 여겼다. 지금은 아마도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이나 공무원에 취직하는 것이 효도하는 지름길로 여겨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동식 선생님은 왜 노이로제 환자들에게 효도하는 것을 당분간 만류하셨을까?


그것은 옛 그림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옛 그림 중에 풍속화를 보면 그 시대의 생활사 전반을 유추할 수 있는데 효제문자도 뿐만이 아니라 옛 그림에 효에 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석진단지(石珍斷指)>라는 풍속화를 보자. 대략 두 장면이 한 화면에 있는데, 한 방에서는 아픈 사람과 간호하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간호하는 사람의 얼굴이 울상인 것으로 보아 병을 앓은지 한참 된 듯 하다. 다른 방의 풍경은 다소 엽기스럽다. 젊은 남성이 자기 손가락을 칼로 끊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석진단지>는 조선 초기의 효자로 알려진 유석진(1378-1439)의 일화를 담은 그림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효행의 감동과 교훈을 전하고자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 속의 주인공인 석진이 행한 효행은 매우 놀랍고 충격적이다. 병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약을 만들어 드려서 아버지를 회생하게 했다는 내용이다.2) 채색으로 그린 <석진단지>는 정조 21년(1797년)에 간행된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에 실린 판화 그림을 붓으로 그린 뒤 채색한 것이다.3) 이쯤 되면 효도도 병의 수준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아이가 부모에게 큰 조건 없이 사랑을 받을 시기 (0-6세까지) 부모의 건강한 보살핌과 사랑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 노이로제나 정신병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즉, 노이로제는 사랑 받지 못한 어린아이 마음과 같다. 마음이 어린아이로 돌아가 있는데, 부모에게 되려 효도하겠다는 것은 환자의 본심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차 있어서 치료 받을 환자가 당장에 효도하는 것은 힘들고,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 <석진단지>의 석진도 진정 부모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진정한 효도란 부모가 낳아 주신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대 작가 허윤희의 상장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 허윤희는 어느날 자기 자신에게 상장을 만들어 주었다. 37년동안 꿋꿋히 살아가는 자신의 몸뚱아리에게 상을 준다는 내용이다.

어떤가? 자기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부모를 낫게 하는 것과 자신의 몸에 상장을 주는 것, 둘 중에 무엇이 부모님을 더 생각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석진단지>, 18세기, 종이에 채색, 삼성미술관 리움


허윤희, <상장>, 2005, 종이에 먹. 



1) 이동식(1920-2014) - 우리나라의 정신의학자, 70여년간 정신치료의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하시고, 여러권의 저서를 남기셨다. 대표적으로 <현대인과 스트레스>, <도정신치료입문>, <한국인의 주체성과 도> 등이 있다. 이동식의 저서는 보는 것만으로 환자치유에 도움을 주는 힘이 있다. 

2) 윤진영 『조선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다섯수레, p. 171. 

3) 전개서, p.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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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재은_나에게 옛 그림은 글을 쓰기 흥미로운 주제이다. 전통의 현대성을 화두로 삼고 있다.